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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암 말기 통증 (통증 부위, 통증 조절)

by 땅이2 2026. 5. 7.

 

병동에서 일하면서 간암 환자분들을 자주 보게되는데 저는 통증이 오른쪽 옆구리 한 곳에서만 나타난다고 단순하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환자들을 가까이에서 보면서, 통증이 얼마나 다양한 형태로, 얼마나 다른 부위에서 나타나는지 직접 목격하게 되었습니다. 간암 말기 통증은 단순히 '암이 아프다'는 말로 요약할 수 없는, 훨씬 복잡한 이야기입니다.

 

간암 말기 통증 부위

간암 말기 통증 부위, 왜 사람마다 다를까

병동에서 경험한 바로는, 간암 환자분들이 가장 흔하게 호소하는 통증 부위는 우측 상복부와 옆구리 쪽, 즉 갈비뼈 아래 오른쪽입니다. 이건 의학적으로 꽤 명확한 이유가 있습니다.간을 둘러싸고 있는 얇은 막을 글리슨 피막(Glisson's capsule)이라고 합니다. 여기서 글리슨 피막이란 간 전체를 감싸는 섬유성 결합 조직막으로, 통증을 감지하는 신경이 분포해 있는 구조물입니다. 종양이 커지면서 간 자체가 팽창하면 이 피막이 늘어나고 당겨지면서, 묵직하고 둔한 통증이 오른쪽 상복부에 발생합니다. 제가 담당했던 환자들 중에도 "뭔가 꽉 차 있는 것 같다"거나 "묵직하게 눌리는 느낌"이라고 표현하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흥미로운 현상이 하나 있습니다. 배 쪽이 아픈데 갑자기 어깨가 아프다고 하는 경우입니다. 이것은 연관통(referred pain) 때문인데, 연관통이란 통증의 실제 발생 부위와 환자가 통증을 느끼는 부위가 다른 현상을 말합니다. 간은 횡격막 바로 아래에 위치해 있어서, 간이나 횡격막 주변에 자극이 생기면 같은 신경 경로를 공유하는 오른쪽 어깨나 등 쪽으로 통증이 퍼져 느껴집니다. 어깨가 아프다고 오셨다가 검사해보니 간에 문제가 있는 경우도 실제로 있을 정도입니다.

전이 여부에 따라서도 통증 양상은 완전히 달라집니다. 제 경험상 뼈 전이가 생긴 환자분들은 움직일 때 통증이 확 심해진다고 하셨는데, 이는 골 전이(bone metastasis)로 인한 통증 특성 때문입니다. 골 전이란 암세포가 혈액이나 림프를 통해 뼈 조직으로 퍼져 뼈를 파괴하면서 통증을 유발하는 상태입니다. 이런 분들은 안정 상태에서는 괜찮다가도 돌아눕거나 일어서는 순간 극심한 통증을 호소하기 때문에, 보호자분들이 당황하시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복수(ascites)로 인한 복부 통증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복수란 복강 내에 비정상적으로 액체가 고이는 상태로, 간 기능이 저하되면서 알부민 수치가 떨어지고 문맥압이 높아져 발생합니다. 복수가 차면 복강 내 압력이 높아지고, 배 전체가 팽만하면서 당기는 통증이 생깁니다. 심한 경우 복수가 횡격막을 밀어 올려 호흡 곤란까지 동반되는데, 실제로 "숨 쉬기가 너무 힘들다"고 하시는 환자분들을 적지 않게 봤습니다.

간암 말기에서 나타날 수 있는 통증 부위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우측 상복부·옆구리: 글리슨 피막 팽창으로 인한 가장 흔한 통증 부위
  • 오른쪽 어깨·등: 횡격막 자극에 의한 연관통
  • 복부 전반: 복수 축적으로 인한 압박 통증
  • 뼈 부위(척추, 골반 등): 골 전이 시 활동 연관 통증
  • 기타 전이 부위: 폐, 림프절 등 전이 위치에 따라 다름

세계보건기구(WHO)는 말기암 환자의 약 70~90%가 중등도 이상의 통증을 경험한다고 보고하고 있습니다(출처: 세계보건기구). 이 수치를 보면 통증이 얼마나 보편적이고 중요한 문제인지 실감하게 됩니다.

통증 조절, 참는 것이 능사가 아닙니다

병동에서 보호자분들로부터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있습니다. "진통제를 지금 쓰면 나중에 더 강한 약을 써야 하는 거 아닌가요?" 저도 처음에는 이 질문에 어떻게 답해야 할지 고민했던 기억이 납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이건 매우 흔한 오해입니다.

통증을 조절하는 데 있어 현재 완화의료(palliative care)에서 표준으로 사용하는 방법은 WHO의 진통제 사다리(analgesic ladder) 원칙입니다. 진통제 사다리란 통증 강도에 따라 1단계 비아편계 진통제에서 3단계 강력 아편계 진통제까지 단계적으로 사용하는 체계적 통증 관리 방법입니다. 적절한 용량의 마약성 진통제(opioid analgesics)를 처방에 따라 복용하면 내성이나 의존성 문제 없이 통증을 효과적으로 조절할 수 있습니다. 마약성 진통제란 모르핀, 옥시코돈 등 뇌의 통증 수용체에 작용하여 강한 진통 효과를 내는 약물군을 뜻합니다.

제가 경험상 느낀 건, 통증을 오래 참은 환자분들일수록 오히려 통증에 대한 공포와 불안이 더 커진다는 점이었습니다. 통증을 빨리 조절해드린 환자분들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상태를 더 오래 유지하셨습니다. 국립암센터 자료에서도 말기암 환자의 통증은 조기에 적극적으로 관리할수록 전반적인 삶의 질이 향상된다는 내용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출처: 국립암센터).

보호자 입장에서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것들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통증 일지 작성: 언제, 어느 부위에서, 어느 강도(10점 만점 기준)로 아픈지 기록해두면 의료진이 통증 패턴을 파악하고 약물 용량을 조정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 편안한 체위 찾기: 옆구리 통증이 있을 때는 아프지 않은 방향으로 눕고 등 뒤에 베개를 받쳐주면 글리슨 피막에 가해지는 압박을 줄일 수 있습니다.
  • 통증을 참게 두지 않기: 통증이 심해지기 전에 예방적으로 진통제를 복용하는 것이 통증 조절에 훨씬 효과적입니다.
  • 곁에 있어 주기: 이게 별것 아닌 것처럼 보여도, 불안이 줄어들면 통증 인식도 낮아집니다. 조용히 손을 잡고 함께 있어 주는 것만으로도 실질적인 도움이 됩니다.

통증의 정도와 빈도, 양상은 환자마다 모두 다릅니다. 같은 간암 말기라도 어떤 분은 옆구리만 불편하다고 하시고, 어떤 분은 어깨와 등까지 동시에 아프다고 하십니다. 저는 병동에서 일하면서 '표준적인 통증'이란 없다는 걸 몸으로 배웠습니다. 그래서 더더욱 환자 개개인의 통증 표현에 귀를 기울이고, 그것을 의료진과 정확히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간암 말기 통증은 피할 수 없는 과정일 수 있지만, 그렇다고 그냥 감내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현재 완화의료는 다양한 방법으로 통증을 충분히 조절할 수 있는 수준에 와 있습니다. 환자분이 통증 때문에 힘들어하신다면 혼자 고민하지 마시고, 담당 의료진에게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시길 권합니다. 통증을 줄여드리는 것 자체가 치료의 중요한 한 부분입니다.

 

이 글은 병원 근무 중 개인적으로 경험하고 관찰한 내용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학적 조언이 아닙니다. 실제 치료와 처치에 대해서는 반드시 담당 의료진과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PtMLbjNZpYc

출처:

-세계보건기구(WHO). WHO Guidelines for the Pharmacological and Radiotherapeutic Management of Cancer Pain in     Adults and Adolescents. Geneva: WHO; 2018.
-국립암센터 국가암정보센터. 암성 통증 관리.
-대한간학회(KASL). 간세포암종 진료 가이드라인.
-National Cancer Institute (NCI). Cancer Pain (PD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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