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건강 수명 늘리는 법 (수면, 혈당관리, 존2트레이닝)

by 땅이2 2026. 5. 5.

건강한 습관 만드는 법

엄마가 "나 언제 갈지 모르니까"라고 말씀하실 때마다 저는 그 말을 그냥 흘려듣지 못합니다. 짐이 되기 싫다고,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살다 가고 싶다고 하시는 그 말이 오히려 마음을 더 무겁게 만들더군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됐습니다.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 과연 어떻게 가능한 건지.

병원에서 일하다 보면 환자분들을 보면서 더 절실하게 느낍니다. 잘 자고, 잘 먹고, 잘 싸는 것. 이 세 가지가 무너지기 시작하면 몸의 균형도 같이 무너집니다. 단순해 보이지만 이게 진짜 기본이고, 가장 어려운 것이기도 합니다.

수면이 기본인 이유, 데이터가 말해줍니다

많은 분들이 잠을 줄여가며 뭔가를 더 하려고 합니다. 저도 한때 그랬습니다. 4시간만 자도 된다는 말을 어디선가 들으면서 잠을 아껴 쓰는 게 성실함이라고 착각한 적이 있었죠. 지금 생각하면 완전히 거꾸로였습니다.수면 부족과 치매의 연관성은 현재 상당히 명확하게 밝혀진 편입니다. 자는 동안 뇌에서는 글림프 시스템(glymphatic system)이 작동합니다. 글림프 시스템이란 뇌척수액이 뇌 안을 순환하며 낮 동안 쌓인 노폐물을 씻어내는 청소 기전을 말합니다. 낮에 활동하는 뇌세포들은 아밀로이드 베타 같은 노폐물을 만들어내는데, 이걸 충분히 제거하지 못하면 알츠하이머성 치매와 연결될 수 있다는 연구가 꾸준히 나오고 있습니다.

수면 시간과 심혈관 질환의 관계도 무시하기 어렵습니다. 미국에서 서머타임(일광절약시간제) 전환 전후를 분석한 결과, 봄에 1시간 일찍 일어나게 되는 날 다음날 심장마비 발병률이 24% 증가하고, 가을에 1시간 늦게 일어나게 되는 날 다음날에는 심장마비 발병률이 21% 감소했다는 데이터가 있습니다. 단 1시간 수면 차이가 이 정도 영향을 준다는 사실은, 솔직히 처음 접했을 때 제가 직접 믿기 어려울 정도였습니다.

수면의 중요성이 잘 드러나는 지표들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수면 부족 시 면역력 저하 및 암 발생 위험 증가
  • 심혈관 질환 발생률 유의미하게 상승
  • 기억 공고화(memory consolidation) 저하로 학습 효율 감소
  • 렙틴·그렐린 호르몬 불균형으로 비만 위험 증가

여기서 기억 공고화란 학습한 내용이 단기 기억에서 장기 기억으로 전환되는 과정을 의미합니다. 잠을 자는 동안 이 과정이 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시험 전날 밤을 새우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입니다. 미국의 일부 학군이 등교 시간을 1시간 늦추자 SAT 성적이 전반적으로 향상됐다는 연구 결과도 이와 같은 맥락입니다(출처: 미국수면재단).

성인 기준 권장 수면 시간은 7~9시간입니다. 이것은 선택이 아니라 기본값에 가깝습니다.

혈당관리, 무엇을 먹느냐보다 어떻게 먹느냐

병원에서 당뇨 환자분들을 옆에서 보다 보면, 식이 관리가 얼마나 어렵고 또 얼마나 중요한지 실감하게 됩니다. 그런데 일반인들이 음식 정보를 접하는 방식을 보면 걱정이 앞서는 게 사실입니다. "이게 항암 식품", "저건 발암 식품" 식의 이야기들이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2017년 하버드 대학 연구에서 붉은 고기 섭취가 대장암 발생률을 17% 높인다는 결과가 나왔지만, 이 수치를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교란 변수(confounding variable)가 너무 많습니다. 교란 변수란 연구에서 측정하려는 변수 외에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다른 요인들을 말합니다. 붉은 고기를 많이 먹는 사람은 채소를 덜 먹고, 알코올 섭취량이 더 많을 수 있습니다. 17%라는 수치가 붉은 고기 자체의 영향인지, 다른 생활 습관의 영향인지를 분리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같은 방식으로 흡연과 폐암의 상관관계를 보면 1,000~2,500% 수준의 위험도 증가가 관찰되는데, 이 차이를 생각하면 17%는 상당히 다른 이야기입니다.

그렇다면 음식에서 무엇에 집중해야 할까요. 저는 혈당 스파이크(blood sugar spike) 관리가 핵심이라고 봅니다. 혈당 스파이크란 식후에 혈당 수치가 급격하게 오르는 현상으로, 이 과정이 반복되면 인슐린 저항성(insulin resistance)이 생기기 쉽습니다. 인슐린 저항성이란 세포가 인슐린 신호에 덜 반응하게 되는 상태로, 당뇨 전 단계의 핵심 지표이기도 합니다. 혈당이 올라간 후 2~3시간 내에 정상으로 회복되지 않는다면 이미 인슐린 저항성이 진행 중일 수 있습니다.식사 순서만 바꿔도 혈당 스파이크를 상당히 줄일 수 있다는 점은 제가 직접 확인한 부분이기도 합니다. 채소와 단백질, 지방을 먼저 먹고 탄수화물을 나중에 먹는 것만으로도 식후 혈당 상승폭이 달라집니다.그리고 언제 먹느냐도 중요합니다. 취침 최소 4시간 전에 식사를 마쳐야 수면의 질이 유지됩니다. 위장이 음식을 소화하는 데 에너지를 쓰는 상태에서는 깊은 수면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간헐적 단식 패턴을 활용하면 16~17시간의 공복이 만들어지는데, 이 과정에서 세포 자가포식(autophagy)이 일어납니다. 세포 자가포식이란 에너지 공급이 줄었을 때 몸이 노화되거나 기능이 떨어진 세포를 스스로 분해해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현상입니다. 아침을 거르는 것이 건강에 나쁘다는 인식이 있지만, 제 경험상 아침을 거르고 공복 상태를 유지했을 때 오히려 머리가 더 맑고 집중이 잘 됐습니다.

존2 트레이닝, 운동도 강도보다 방향이 먼저입니다

운동이 건강에 좋다는 건 모두 알지만, 어떤 운동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생각보다 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힘들게 운동할수록 좋다고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존2 트레이닝(Zone 2 Training)을 알고 나서 방향이 바뀌었습니다.존2 트레이닝이란 젖산 역치(lactate threshold) 이하의 강도를 유지하며 하는 유산소 운동을 말합니다. 여기서 젖산 역치란 운동 강도가 높아질수록 혈중 젖산 농도가 급격히 올라가기 시작하는 경계점을 의미합니다. 이 경계점 이하의 강도로 운동하면, 미토콘드리아(mitochondria) 기능이 개선됩니다. 미토콘드리아는 세포 안에서 에너지를 생산하는 소기관으로, 이 기능이 좋을수록 체력과 신진대사 전반이 향상됩니다. 나이가 들수록 미토콘드리아 효율이 떨어지는데, 존2 운동이 이걸 늦추는 데 효과적이라는 연구가 나오고 있습니다.실제로 저도 이 방식으로 운동해 봤는데, 처음에는 '이 강도로 뭔가 될까' 싶었습니다. 그런데 두 달쯤 지나니까 체력이 눈에 띄게 달라진 게 느껴졌습니다. 숨이 차지 않는 범위에서 꾸준히 움직이는 것, 이게 사실은 쉬우면서 어렵습니다.

운동이 중요한 또 다른 이유는 세포 자가포식 개시 시점과도 연결됩니다. 평소 운동을 꾸준히 하는 사람은 12시간 공복만으로도 자가포식이 시작되는 반면, 운동을 거의 하지 않는 사람은 36시간 이상 굶어야 같은 효과가 나타난다고 합니다. 운동이 단식의 효율까지 높인다는 점에서, 수면과 식이와 함께 운동이 왜 세트로 묶여야 하는지 이해가 됩니다(출처: 세계보건기구 신체활동 가이드라인).

결국 건강 수명, 즉 건강하게 기능하며 살아가는 기간을 늘리는 것은 특별한 식품이나 보충제가 아니라 수면, 식이 타이밍, 꾸준한 운동 세 가지에서 출발합니다. 엄마가 짐이 되고 싶지 않다고 하실 때마다 저는 그 말을 결국 '건강하게 살고 싶다'는 바람으로 듣습니다. 그리고 저도 그 바람을 같이 가져가고 싶습니다. 거창하게 시작할 필요 없습니다. 오늘 밤 한 시간 일찍 자는 것부터가 진짜 시작입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정보를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료 조언이 아닙니다. 건강 상태에 따라 전문의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78mmuHwxwt0


소개 및 문의 · 개인정보처리방침 · 면책조항

© 2026 블로그 이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