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엄마가 하루 한 끼만 챙겨드시고 매일 걷기까지 하시는데 고지혈증 약을 드시게 됐을 때, 솔직히 놀랍기도 하고 속상하기도했습니다. 고기도 즐기지 않으시는 분이 왜일까 싶어서 제대로 들여다보기 시작했습니다. 알고 보니 문제는 무엇을 얼마나 먹느냐가 아니라, 몸이 대사를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있었습니다.
고지혈증과 근육량
고지혈증 약을 처방받으면 수치는 떨어집니다. 그런데 그게 전부일까요. 저도 처음엔 약만 드시면 해결되는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약은 LDL 콜레스테롤, 즉 간에서 콜레스테롤을 합성하는 과정 자체를 억제하는 방식으로 작동합니다. 여기서 LDL 콜레스테롤이란 혈관 벽에 쌓여 동맥경화를 유발할 수 있는 지단백질로, '나쁜 콜레스테롤'이라고도 불립니다. 수치는 관리되지만, 콜레스테롤이 높아진 근본 원인인 지방간이나 인슐린 저항성은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인슐린 저항성이란 세포가 인슐린 신호에 제대로 반응하지 못하는 상태를 뜻합니다. 쉽게 말해 혈당을 조절하는 열쇠가 잘 맞지 않게 된 것입니다. 이 상태가 지속되면 혈당이 오르고, 콜레스테롤도 오르고, 결국 혈관까지 손상됩니다. 고혈압, 고혈당, 고지혈증이 따로 오는 게 아니라 줄줄이 엮여서 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제가 엄마를 보면서 느낀 건, 하루 한 끼만 드시는 것이 오히려 독이 됐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적게 먹으면 살이 빠지고 건강해질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근육 손실이 먼저 옵니다. 근육이 줄면 신진대사가 느려지고, 그 빈자리를 지방이 채웁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60대 이상 여성에서 고지혈증 유병률이 급격히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폐경 이후 여성 호르몬 감소와 근육량 저하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입니다(출처: 국민건강보험공단).
중성지방과 지방간
처음에는 제가 과일이나 채소를 더 챙겨드려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공부를 하다 보니 방향이 조금 달랐습니다. 오히려 과당 섭취를 줄이는 것이 먼저였습니다. 과당이란 과일이나 설탕에 들어 있는 단당류로, 우리 몸에 들어오면 곧바로 간으로 이동해 중성지방으로 쌓입니다. 여기서 중성지방이란 혈액 속에 존재하는 지방의 한 형태로, 수치가 높아지면 HDL 콜레스테롤은 낮아지고 동맥경화를 유발하는 소형 LDL 콜레스테롤은 늘어납니다. 과일을 통째로 먹을 때는 식이섬유가 당 흡수를 늦춰주지만, 갈아서 먹으면 그 완충 효과가 사라집니다.지방간이 여기서 중요한 변수로 등장합니다. 지방간이란 간 전체 무게의 5% 이상을 지방이 차지한 상태를 말하며, 겉보기에 마른 사람도 생길 수 있습니다. 지방간이 생기면 간의 대사 기능이 떨어지고, 이것이 콜레스테롤 수치 상승으로 이어집니다. 탄수화물을 상대적으로 많이 먹고 단백질과 운동이 부족한 생활이 지속되면, 체중과 무관하게 지방간이 올 수 있다는 뜻입니다.
지방간을 악화시키는 대표 요인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술: 알코올성 지방간의 직접 원인
- 과당: 설탕, 과일주스, 가공식품에 다량 포함
- 탄수화물 과잉 섭취: 신체 활동량 대비 섭취량이 많을 때 중성지방으로 전환
- 운동 부족과 근육 감소: 대사 속도를 떨어뜨려 지방 축적을 가속화
저도 40대 이후로는 조금만 먹어도 배부르고 소화가 영 예전 같지 않습니다. 20대에 밤새 먹어도 돌아서면 배가 고프던 그 몸이 아니라는 걸 이제는 압니다. 몸이 바뀐 만큼 먹는 방식도 맞춰야 한다는 걸 실감하고 있습니다.
한국영양학회에 따르면 중년 이후 단백질 섭취가 부족한 경우 근감소증과 대사 이상이 동시에 진행되며, 이를 예방하기 위해 체중 1kg당 1.2~1.5g의 단백질 섭취가 권장됩니다(출처: 한국영양학회).
식단관리와 생활습관을 함께 바꾸는 것이 시작입니다
저는 남편과 함께 외식을 줄이고 술자리도 줄이기로 약속했습니다. 말은 쉽지만 막상 실천하다 보면 흔들리는 순간이 옵니다. 제 경험상 이건 의지만으로 되는 문제가 아니라, 구체적인 방향이 있어야 지속이 됩니다.낮에는 활동량이 있으니 양질의 탄수화물을 충분히 먹고, 저녁에는 탄수화물을 줄이고 단백질 비중을 높이는 것이 기본 방향입니다. 잠자리에 들기 3시간 전에는 식사를 마치는 것도 중요합니다. 이렇게 하면 자연스럽게 12시간 공복이 지켜지고, 이것이 서카디안 리듬 회복에 도움이 됩니다. 서카디안 리듬이란 우리 몸이 24시간 주기로 반복하는 생체 리듬으로, 수면과 식사 패턴이 규칙적으로 유지될 때 신진대사가 정상적으로 작동합니다.
운동도 빠질 수 없습니다. 무조건 오래 걷는 것보다 숨이 차오를 정도의 강도로 짧게 하고 강도를 낮추는 것을 반복하는 고강도 인터벌 트레이닝이 지방간 개선에 더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계단 오르기처럼 일상에서 바로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이 오히려 현실적입니다.
엄마 건강을 더 일찍 챙기지 못한 미안함이 아직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방향을 제대로 잡는 것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약에만 기대는 대신, 콜레스테롤이 높아진 원인을 하나씩 해결하는 쪽으로 함께 노력해볼 생각입니다. 식단을 바꾸고 근육을 유지하는 것, 그리고 수면의 질을 높이는 것. 이 세 가지가 혈관 건강을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출발점입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료 조언이 아닙니다. 고지혈증이나 관련 증상이 있으시다면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