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변에서 갑작스러운 부고 소식을 듣게 될 때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습니다. 특히 주위에서 50대를 넘기면서 이런 일들이 점점 가까이 들려오는데, 건강하게 지내시던 분이 하루아침에 떠나셨다는 소식은 남 일 같지가 않습니다. 남편도 고혈압약을 복용 중이라 저로서는 더 예민하게 느껴지는 주제입니다.
가족력이 고혈압에 미치는 영향
고혈압 관련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어가 바로 가족력입니다. 부모 중 한 분이 고혈압이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발생 확률이 약 4배 높아지고, 두 분 모두 고혈압이라면 그 위험도는 더욱 올라갑니다. 제 경험상 이 부분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시는 분들이 정말 많은데, 사실 가족력은 가장 경계해야 할 위험 신호입니다.
여기서 가족력이란 단순히 유전자를 물려받는 것을 넘어, 비슷한 식습관과 생활 패턴을 공유하는 환경적 요인까지 포함하는 개념입니다. 짜고 자극적인 음식을 즐기는 집안 분위기, 운동 부족, 음주 습관이 세대를 걸쳐 반복될 때 고혈압은 훨씬 빠르게 찾아옵니다.
중요한 건, 가족력이 있다고 해서 무조건 고혈압이 생기는 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일찍부터 체중을 관리하고 음주를 줄이는 노력을 꾸준히 이어간다면, 발병 시점을 늦추거나 증상을 훨씬 가볍게 유지할 수 있습니다. 알고 있는 것과 행동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지만, 적어도 알고 있어야 시작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증상 없이 찾아오는 고혈압 합병증
고혈압이 무서운 이유는 대부분 아무 증상이 없다는 점입니다. 평소 건강하다고 자부하시던 지인이 머리가 아파서 병원을 찾았더니 수축기 혈압이 200을 넘겼다는 이야기를 직접 들었을 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두통 하나로 병원을 갔다가 그 자리에서 고혈압 진단을 받으신 거니까요. 수축기 혈압(심장이 수축할 때 혈관에 가해지는 압력)이 140 이상이거나, 이완기 혈압(심장이 이완할 때의 압력)이 90 이상이면 고혈압으로 분류됩니다. 여기서 수축기 혈압이란 심장이 혈액을 내보낼 때 혈관 벽에 가해지는 압력의 최댓값을 의미하며, 혈관 건강 상태를 가늠하는 가장 기본적인 지표입니다.
문제는 고혈압이 오래 지속될수록 합병증이 조용히 진행된다는 데 있습니다. 대표적인 합병증으로는 동맥경화, 협심증, 심근경색, 뇌졸중이 있습니다. 동맥경화란 혈관 벽에 콜레스테롤 등이 쌓이면서 혈관이 딱딱하고 좁아지는 상태를 말하는데, 이것이 심장에 생기면 협심증이나 심근경색으로, 뇌에 생기면 뇌졸중으로 이어집니다. 일반적으로 고혈압은 겨울에 더 위험하다고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 뇌졸중은 땀으로 수분이 빠져나가 혈액 점도가 높아지는 여름 7월에 가장 많이 발생한다는 사실은 저도 이번에 새로 알게 되었습니다.
합병증을 예방하기 위해 지금 당장 확인해야 할 위험 신호는 다음과 같습니다.
- 평소 혈압을 측정하지 않아 본인의 수치를 모르는 경우
- 체중이 최근 1년 사이 10kg 이상 급격히 증가한 경우
- 가족 중 고혈압, 심혈관질환, 뇌혈관질환 환자가 있는 경우
- 짠 음식과 음주를 즐기며 운동은 거의 하지 않는 경우
혈압약, 제대로 알고 복용해야 합니다
남편이 혈압약을 먹기 시작하면서 저도 혈압약에 대해 이것저것 찾아보게 됐는데, 잘못 알려진 상식이 생각보다 많았습니다. "혈압이 내려가면 약을 끊어도 된다"라고 임의로 판단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이건 굉장히 위험한 생각입니다. 제가 직접 찾아보니 혈압약의 약효가 완전히 사라지는 데는 1~2주 이상이 걸리기 때문에, 혈압이 낮아진 것처럼 보여도 실제로는 약이 작용하고 있는 상태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현재 고혈압 치료에는 크게 두 가지 계열의 약이 많이 사용됩니다. 이뇨제는 콩팥에서 나트륨과 수분 배출을 촉진해 혈관 내 압력을 낮추는 방식으로 작용합니다. 여기서 이뇨제란 소변 생성을 늘려 체내 수분량을 줄이고 혈압을 낮추는 약물을 의미합니다. 또 다른 계열인 안지오텐신 수용체 차단제(ARB)는 혈관을 수축시키는 물질인 안지오텐신이 수용체에 결합하는 것을 막아 혈압을 낮추는 원리입니다. ARB란 우리 몸이 스스로 만들어내는 혈압 상승 물질의 작용을 차단하는 약물로, 현재 가장 널리 처방되는 고혈압 치료제 계열 중 하나입니다.
혈압약을 꾸준히 복용하면 심근경색 위험을 약 1/4 수준으로, 뇌졸중 위험은 약 1/3 수준으로, 신부전증은 절반 이하로 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출처: 대한고혈압학회). 부작용이 걱정되는 마음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제대로 된 상담 없이 임의로 복용을 중단하는 것이 훨씬 더 위험하다는 점을 남편에게도 거듭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생활 습관 개선,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시작입니다
결국 고혈압 관리는 약만으로 되는 게 아닙니다. 15년 동안 고혈압과 함께 살면서도 합병증 하나 없이 지내는 분들의 공통점을 보면, 매일 아침저녁으로 혈압을 측정하고, 식단을 바꾸고, 운동을 꾸준히 이어갔다는 점입니다. 이게 말처럼 쉽지 않다는 걸 저도 잘 압니다. 남편도 처음엔 혈압계를 사두고 거의 안 쟀거든요. 가정용 혈압계로 측정할 때는 5분 이상 안정을 취한 뒤, 아침에 두 번, 저녁에 두 번 재는 것이 정확한 수치를 파악하는 방법입니다. 24시간 활동 혈압 모니터링(ABPM)이라는 방법도 있는데, ABPM이란 30분 간격으로 하루 동안 혈압을 자동 측정해 개인의 혈압 패턴 전체를 파악하는 검사법입니다. 단순히 병원에서 한 번 재는 것보다 훨씬 정확한 정보를 제공합니다.
나트륨 섭취를 줄이는 것도 핵심입니다. 나트륨을 과잉 섭취하면 체내가 농도를 낮추기 위해 수분을 끌어당기고, 이로 인해 혈액량이 늘어나면서 혈관 내 압력이 올라갑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하루 나트륨 섭취 권장량을 2,000mg 이하로 제시하고 있습니다(출처: 세계보건기구 WHO). 짬뽕 국물을 다 마시고, 라면을 자주 먹고, 육개장을 즐기던 분들이 결국 고혈압 진단을 받는 패턴이 반복되는 것을 보면, 식습관이 얼마나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지 실감하게 됩니다.
결국 고혈압은 완치보다 조절의 개념으로 바라봐야 합니다. 주변에서 갑작스러운 소식을 들을 때마다 느끼는 두려움을 행동의 동력으로 바꾸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당장 혈압계를 꺼내 측정해 보는 것, 짜게 먹는 습관을 조금씩 줄이는 것, 하루 30분이라도 걷는 것, 그 작은 시작이 쌓여 10년, 20년 뒤를 만든다고 저는 믿고 있습니다. 시작하기에 너무 늦은 때는 없습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학적 조언이 아닙니다. 혈압 관련 이상 증상이 있거나 복약 여부를 결정할 때는 반드시 전문 의료진과 상담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