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솔직히 저는 근감소증이 노인들만 걱정하는 문제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5년 전 어머니가 넘어지면서 무릎 골절로 수술을 받게 됐을 때, 그 충격이 얼마나 컸는지 지금도 생생합니다. 병원에서 돌아오던 날 밤, 이게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 근육이 버텨주지 못한 결과였다는 걸 처음으로 실감했습니다.
근육량이 줄면 몸에 어떤 일이 생기는가
근감소증(Sarcopenia)이란 나이가 들면서 근육량과 근력, 신체 기능이 함께 저하되는 복합적인 상태를 말합니다. 쉽게 말해 몸을 지탱하는 기둥이 서서히 녹아내리는 것과 같습니다. 단순히 팔다리가 가늘어지는 것이 아니라, 보행 속도가 느려지고, 의자에서 일어나는 것도 어려워지며, 심한 경우 낙상과 골절로 이어집니다.실제로 우리 몸의 근육량은 30대 이후 매년 약 1%씩 자연적으로 감소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40대에는 이미 10%, 70대가 되면 30~40% 이상이 빠진 상태가 됩니다. 제가 어머니 수술 이후 영양제를 챙기고 운동을 권유하기 시작한 것도 이 숫자를 접하고 나서였습니다. 뼈를 잡아주는 것은 뼈 자체가 아니라 그 주변을 감싼 근육이라는 사실, 저는 그 수술 이후에야 제대로 이해했습니다.
근감소증을 진단할 때는 세 가지 기준을 봅니다. 근육량 감소만으로는 부족하고, 악력(握力) 같은 근력 감소, 그리고 보행 속도나 의자에서 일어서기 같은 신체 기능 저하가 함께 확인돼야 합니다. 악력이란 손으로 무언가를 쥐는 힘을 측정한 것으로, 전신 근육 상태를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세 가지 모두 기준치 아래라면 중증 근감소증으로 분류됩니다.저 역시 하체가 선천적으로 부실한 체질이라 운동을 게을리하면 금세 무릎에 신호가 옵니다. 살이 찌면 상체에만 집중되고, 정작 무릎은 버텨줄 근육이 없어 통증으로 이어지는 패턴을 반복했습니다. 이게 단순한 체형 문제가 아니라 근감소증의 초기 신호일 수 있다는 걸 이제는 압니다.
근감소증의 주요 자가 진단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 의자에서 팔을 사용하지 않고 5번 일어서는 데 12초 이상 걸리는 경우
- 종아리 둘레가 남성 34cm, 여성 33cm 미만인 경우
- 평소 보행 속도가 초당 0.8m 이하로 느린 경우
이 중 하나라도 해당된다면 전문 의료기관에서 체성분 분석(BIA)을 받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BIA란 몸속 수분, 지방, 근육량을 전기 저항을 이용해 측정하는 방법으로, 현재 내 몸의 근육 상태를 수치로 파악할 수 있게 해줍니다.
근력운동, 걷기만으로는 부족한 이유
많은 분들이 운동한다고 하면 걷기를 떠올립니다. 저도 한동안 아파트 단지를 매일 한 바퀴 도는 것을 운동으로 여겼습니다. 그런데 나이가 들수록 빠지는 것은 지근(持筋), 즉 지구력 근육이 아니라 속근(速筋)입니다. 속근이란 순간적인 힘을 내는 근섬유로, 계단을 오르거나 갑자기 몸을 지탱할 때 쓰이는 근육입니다. 걷기는 지근을 사용하는 운동이기 때문에, 속근 감소를 막으려면 반드시 저항성 운동, 즉 근력 운동이 필요합니다.전문가들이 권장하는 운동 구성을 보면 주 4일 유산소 운동과 주 3일 근력 운동을 병행하는 방식이 기본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근력 운동을 할 때 "힘들다"고 느낄 만큼 강도를 높여야 한다는 점입니다. 근육에 미세한 손상이 생기고, 이후 위성세포(Satellite Cell)가 손상된 근섬유를 복구하면서 근육이 굵어지고 강해지는 원리입니다. 위성세포란 근육 줄기세포의 일종으로, 근육 손상 후 회복과 성장을 담당하는 세포입니다. 운동 후 근육통이 느껴지는 것도 이 과정의 자연스러운 신호입니다.
집에서 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의자 스쿼트입니다. 제가 직접 매일 하고 있는데, 처음에는 무릎에 부담이 갈까 봐 망설였습니다. 그런데 등받이에 앉았다가 엉덩이를 살짝 터치하고 일어나는 방식으로 하면 관절 부담이 훨씬 줄어들고, 오히려 허벅지 앞쪽과 엉덩이 근육이 확실하게 단련됩니다. 루프 밴드를 무릎 위에 걸쳐서 하면 저항이 생겨 효과가 배로 높아집니다.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것도 있습니다. 저는 아파트 계단을 올라가는 것을 습관으로 만들었고, TV 볼 때 뒤꿈치 올렸다 내리기, 양치질하면서 스쿼트 자세 유지하기를 병행합니다. 작은 선택 하나가 하루 근육 사용량을 꽤 바꿔놓는다는 게 제 경험상 확실합니다.한국 노인 인구의 근감소증 유병률은 65세 이상 남성의 약 13.8%, 여성의 약 11.8%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으며(출처: 대한근감소증학회), 이 수치는 고령화와 함께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단백질섭취, 양보다 타이밍이 중요하다
근력 운동만큼 중요한 것이 영양 관리입니다. 솔직히 이건 저도 예상 밖이었습니다. 단백질만 많이 먹으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진짜 핵심은 언제, 어떻게 분배해서 먹느냐에 있었습니다.근육 합성은 우리 몸에 충분한 에너지가 남아있을 때만 작동하는 스위치입니다. 열량이 부족한 상태에서는 몸이 근육을 분해해서 에너지로 씁니다. 다이어트라는 이유로 탄수화물을 극단적으로 줄이는 분들이 많은데, 이렇게 하면 근육 합성 스위치 자체가 꺼집니다. 하루 총 열량의 약 50%는 탄수화물로 채워야 한다는 권고가 있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단백질 섭취량은 근감소증이 있거나 근육이 눈에 띄게 줄고 있다면 체중 1kg당 1.1~
1.2g을 기준으로 합니다. 체중이 55kg이라면 하루 60에서
66g의 단백질이 필요한 셈입니다. 그런데 이 양을 저녁 삼겹살 한 끼에 몰아먹는 것은 효율이 나쁩니다. 단백질을 섭취하는 순간 근육 합성 스위치가 한 번 켜지기 때문에, 아침·점심·저녁에 골고루 나눠서 먹어야 하루 세 번 스위치를 켤 수 있습니다.식품별로 단백질 함량을 기억해두면 식단 구성이 수월합니다.
- 닭가슴살 100g → 단백질 약 23g
- 고등어, 삼치, 갈치 등 어류 100g → 단백질 약 18~20g
- 두부 100g → 단백질 약 8g
- 달걀 1개 → 단백질 약 6g
한 끼에 손바닥 크기만큼의 단백질 식품을 챙긴다는 기준을 갖고 있으면 계산 없이도 어느 정도 양을 맞출 수 있습니다. 식사만으로 부족하다면 단백질 파우더나 단백질 음료 같은 보조제를 활용하는 것도 현실적인 방법입니다. 1회 제공량에 단백질 20g 안팎이 들어 있는 제품이 많아서, 바쁜 아침이나 운동 직후 활용하기 좋습니다.세계보건기구(WHO)는 노인 근감소증 예방을 위해 규칙적인 저항성 운동과 함께 적절한 단백질 섭취를 핵심 권고 사항으로 제시하고 있으며(출처: 세계보건기구), 특히 영양 불량 상태에서는 운동 효과 자체가 현저히 낮아진다는 점을 강조합니다.어머니 수술 이후 저는 단백질 식품과 영양제를 챙겨드리기 시작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 전에 미리 근육을 지켰더라면 더 좋았을 것입니다. 나이 드는 것을 막을 수는 없지만, 근육이 빠지는 속도를 늦추는 것은 충분히 가능합니다.결국 근감소증은 예방이 치료보다 훨씬 쉽습니다. 지금 당장 의자에서 팔 짚지 않고 일어나보세요. 12초가 넘게 걸린다면 오늘부터 스쿼트 10개를 시작하는 것이 최선의 시작점입니다. 근육은 쓰는 만큼 살아남습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학적 조언이 아닙니다. 건강 관련 문제는 반드시 전문 의료기관에서 진단받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