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솔직히 저는 29살이 되기 전까지 대장내시경이 저와 상관없는 검사라고 생각했습니다. 아버지가 직장암 진단을 받으셨을 때도 설마 제 얘기가 되리라곤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검사 결과지에 '선종'이라는 단어가 찍혀 나왔고, 의사 선생님의 말씀이 아직도 머릿속을 맴돕니다. "지금 제거해서 다행입니다. 조금 늦었으면 암으로 발전했을 겁니다." 대장암은 증상이 생기기 전에 잡아야 하는 암입니다.
초기 대장암이 무증상인 이유
대장암을 처음 걱정하는 분들 대부분이 인터넷에서 '대장암 초기 증상'을 검색합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초기 대장암은 증상이 없습니다.이유가 있습니다. 대장암이 자각 증상을 만들려면 종양이 장 내부 공간을 상당 부분 차지해야 합니다. 그래야 변이 지나가는 흐름에 영향을 주고, 우리 몸이 이상을 감지합니다. 하지만 초기 단계는 점막에 국한된 아주 작은 혹에 불과합니다. 여기서 '점막'이란 대장 내벽의 가장 바깥층을 의미하며, 이 층에 머물러 있는 암은 신체 기능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의학적으로 대장암은 0기부터 4기까지 분류됩니다. 0기에 해당하는 상피내암과 1기 초반까지는 내시경 치료만으로 완치가 가능하고, 5년 생존율이 98~99%에 달합니다. 반대로 4기는 대장암 세포가 간, 폐, 복막 같은 원격 장기로 전이된 상태를 의미합니다. 여기서 '원격 전이'란 암세포가 혈관이나 임파선을 타고 발생 부위와 멀리 떨어진 장기에 자리를 잡은 것입니다. 이 단계에 이르러서야 증상이 생기는 경우가 많습니다.병원에서 일하다 보면 30~40대 대장암 환자를 종종 만납니다. 처음에는 소화불량이나 잔변감 때문에 내과를 찾았다가 뒤늦게 진행성 대장암을 발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분들의 공통점은 '설마 내가'라는 생각으로 검사를 미뤘다는 것입니다. 증상이 없다고 안심할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대장내시경이 유일한 해결책인 이유
초기 대장암을 잡을 수 있는 검사는 대장내시경뿐입니다. 분변잠혈검사라는 방법도 있습니다. 분변잠혈검사란 변 속에 숨어 있는 미세한 출혈을 감지하는 검사입니다. 하지만 이 검사는 출혈이 있어야 양성이 나옵니다. 점막에만 국한된 초기 대장암은 출혈 자체를 만들지 않기 때문에 놓치는 경우가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현재 국가암검진 사업에서는 50세 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분변잠혈검사를 우선 실시하고, 양성이 나오면 대장내시경을 권고하고 있습니다(출처: 국립암센터). 그런데 최근 대장암 트렌드가 달라지고 있습니다. 50세 미만, 특히 30~40대 젊은 대장암 발병률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으며, 한국은 젊은 대장암 발병률 세계 1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출처: 보건복지부). 미국이나 호주보다도 높은 수치입니다.
저는 아버지의 직장암 가족력 때문에 20대에 첫 대장내시경을 받았고, 29살에 선종을 발견해 그 자리에서 제거했습니다. 선종이란 대장암의 전 단계 병변으로, 그 자체는 암이 아니지만 방치하면 수년에 걸쳐 암으로 진행합니다. 선종을 내시경으로 제거하면 암으로 가는 경로 자체를 차단할 수 있습니다. 그 이후로 정기적으로 검사를 받으며 관리 중인데, 한 번씩 용종이 나오기는 했지만 초기에 처리했기에 큰 문제 없이 지내고 있습니다.대장내시경이 부담스러운 건 저도 잘 압니다. 전날 장정결제를 복용해야 하고, 검사 당일도 쉽지 않습니다. 장정결제란 대장내시경 전 장 안을 비우기 위해 마시는 약으로, 양이 많고 맛도 별로라 많은 분들이 검사보다 이 과정을 더 힘들어합니다. 그럼에도 검사를 권하는 이유는 하루의 불편함이 수술대 위의 몇 시간보다 훨씬 낫기 때문입니다.
다음 중 하나라도 해당된다면 나이와 상관없이 대장내시경을 먼저 고려해 보시기 바랍니다.
- 직계 가족 중 대장암, 위암, 담도암 등 소화기계 암 병력이 있는 경우
- 붉은 육류나 가공육 섭취가 잦고 음주·흡연 습관이 있는 경우
- 잔변감, 변비, 혈변이 2주 이상 지속되는 경우
- 40세 이상이면서 한 번도 대장내시경을 받아본 적 없는 경우
식습관과 생활 습관이 실제로 영향을 미치는가
병원에서 교대근무를 하다 보면 식사 시간이 불규칙하고, 먹는 속도도 빠릅니다. 이게 좋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고치기가 쉽지 않습니다. 배달음식과 밀키트도 자주 이용합니다. 솔직히 이 부분이 항상 찜찜합니다. 제 경험상 식습관이 나쁘다는 걸 알면서 고기 앞에서는 의지가 흔들리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대장암과 식이 요인의 관련성은 이미 여러 연구에서 확인되고 있습니다. 특히 적색육과 가공육의 과다 섭취, 식이섬유 부족, 음주는 대장 점막에 반복적인 자극을 주어 선종성 용종 발생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여기서 '선종성 용종'이란 대장암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는 양성 병변을 의미하며, 일반적인 염증성 용종과 구분됩니다. 염증성 용종은 염증이 가라앉으면 저절로 사라지기도 하지만, 선종성 용종은 스스로 없어지지 않습니다.
저는 고기를 좋아하기 때문에 끊기보다는 먹는 방식을 바꾸는 쪽을 선택했습니다. 고기를 먹을 때는 채소를 먼저 더 많이 먹고, 유산균을 꾸준히 챙기는 것도 시작했습니다. 대장 점막의 건강을 유지하는 데 장내 미생물 균형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연구 결과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완벽하게 지키지는 못하더라도 조금씩 방향을 맞춰가는 것이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불규칙한 식사 시간이나 빠른 식사 속도, 밀키트 위주의 식단이 젊은 대장암 발병률 증가에 일정 부분 영향을 주고 있다고 봅니다. 국가검진 기준이 아직 50세로 설정되어 있지만, 개인 차원에서는 이 기준을 그대로 따르기보다 본인의 생활 패턴과 가족력을 기준으로 먼저 판단하는 것이 더 합리적입니다.
대장암은 조기에 발견할수록 치료가 단순하고 예후도 좋은 암입니다. 초기 단계에서는 수술 없이 내시경만으로도 완치가 가능합니다. 반대로 늦게 발견할수록 치료 과정이 복잡해지고,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도 커집니다. 증상이 없다는 게 건강하다는 신호가 아닐 수 있습니다. 가족력이 있거나 식습관에 자신이 없다면, 지금 당장 검사 일정을 잡는 것이 가장 실질적인 예방법입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료 조언이 아닙니다. 정확한 진단과 치료 방침은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