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몇 년 전, 엄마가 건강검진에서 부정맥 진단을 받으셨습니다. 그날 이후 저는 엄마 전화를 한 번만 받지 못해도 가슴이 철렁 내려앉습니다. 심장이 불규칙하게 뛰는 병이라는데, 과연 어느 정도가 위험한 걸까요? 그리고 약만 먹으면 정말 괜찮은 걸까요?
심방세동이 위험한 이유, 뇌졸중과의 연결고리
부정맥이라고 해서 전부 다 당장 위험한 건 아닙니다. 제가 엄마 진단을 받고 나서 처음 찾아봤을 때 가장 헷갈렸던 부분이 바로 이 지점이었습니다. 부정맥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뉩니다. 단순히 불편함만 주는 부정맥, 실신이나 심정지 위험이 있는 부정맥, 그리고 뇌졸중을 유발할 수 있는 부정맥입니다. 엄마가 가진 게 어느 쪽인지 처음엔 감도 잡히지 않았습니다.
뇌졸중과 직결되는 부정맥 유형이 바로 심방세동(Atrial Fibrillation)입니다. 여기서 심방세동이란, 심장의 윗 방인 심방에서 비정상적인 전기 신호가 무질서하게 발생해 심방이 가늘게 떨리며 제대로 수축하지 못하는 상태를 말합니다. 쉽게 말해 심방이 정상적으로 펌프질을 못 하니 그 안에 피가 고이고, 고인 피가 굳어 혈전이 생기는 것입니다. 이 혈전이 혈류를 타고 뇌 혈관을 막으면 뇌졸중으로 이어집니다. 심방세동이 있으면 뇌졸중 위험이 최대 17배까지 높아진다는 보고가 있습니다(출처: 대한부정맥학회).
엄마가 가끔 숨이 차거나 가슴이 답답하다고 말씀하실 때마다 저는 이 부분이 떠올라 불안해집니다. 심방세동의 증상은 두근거림, 호흡 곤란, 무기력감 등 일반적인 부정맥 증상과 비슷하게 나타나기 때문에 본인이 단순 피로로 넘기기 쉽습니다. 제 경험상 이런 증상을 그냥 나이 탓으로 돌리시는 분들이 주변에 꽤 많습니다.심방세동 치료에는 두 가지 축이 있습니다. 하나는 항응고제(Anticoagulant) 복용입니다. 항응고제란 혈액이 굳는 것을 억제해 혈전 생성을 막는 약물입니다. 뇌졸중 위험도가 높은 환자에게는 거의 필수적으로 처방됩니다. 다른 하나는 심방세동 자체를 억제하는 치료인데, 약물 외에도 도자 절제술(Catheter Ablation)이라는 시술을 받을 수 있습니다. 도자 절제술이란 사타구니의 혈관을 통해 가느다란 관을 심장까지 넣은 뒤, 심방세동을 유발하는 비정상 전기 신호의 근원지를 전기적으로 차단하는 방식입니다. 약물로 조절이 잘 안 되는 경우에 고려할 수 있습니다.
부정맥 여부를 집에서 간단히 확인해보고 싶다면, 손목 엄지손가락 아래쪽 요골 동맥에 검지, 중지, 약지를 대고 맥박을 재보시면 됩니다. 10초간 박동 수를 세고 6을 곱하면 분당 맥박수가 나오는데, 분당 100회 이상이거나 60회 미만이거나 불규칙하게 뛴다면 병원을 찾아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부정맥 진단 후 주의해야 할 신호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평소 심장이 불규칙하게 뛰는 느낌이 지속될 때
- 가슴 답답함이나 호흡 곤란이 반복될 때
- 고혈압, 당뇨병, 협심증 등 기저질환이 동반될 때
- 75세 이상이거나, 활동 시 증상이 더 심해질 때
이 중 하나라도 해당된다면 동네 의원이 아닌 심장 전문 클리닉에서 정밀 검진을 받아보실 것을 권합니다.
엄마와 걷기 운동을 시작한 이유, 예방관리의 현실
솔직히 처음엔 약만 드시면 괜찮겠지 하고 안심했습니다. 그런데 엄마가 동네 개인병원에서 약을 타다 드시는 걸 보면서 점점 이게 맞는 관리인지 의문이 생겼습니다. 약을 드시면서도 가끔 나타나는 숨 찬 증상이나 피로감이 걱정됐고, 정기적인 심장 검사를 통해 상태 변화를 확인하는 게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제가 직접 찾아보니, 심방세동은 노화와 함께 발생 위험이 높아지는 질환입니다. 나이가 들수록 당뇨병, 고혈압, 심부전, 협심증 같은 기저질환이 심방세동을 촉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65세 이상에서 심방세동 유병률이 급격히 증가한다는 것이 국내외 연구에서 반복 확인된 바 있습니다(출처: 질병관리청). 엄마가 한 살 한 살 나이를 드시면서 먹는 약 가짓수가 늘어나는 걸 볼 때마다 딸로서 마음이 무거워지는 게 사실입니다.
그래서 제가 실천하기 시작한 것이 엄마와 함께하는 걷기 운동입니다. 주말에 시간이 날 때마다 동네를 천천히 한 바퀴 돌면서 자연스럽게 건강 얘기를 나눕니다. 여기서 중요한 게 운동 강도 조절입니다. 과도한 운동이 오히려 심방세동 자체를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이 예상 밖이었습니다. 젊을 때와 똑같은 강도로 운동하다가 갑자기 불편함이 생기는 경우, 이것이 몸이 보내는 신호라고 받아들이는 것이 맞습니다. 저도 엄마가 조금 힘드신 것 같으면 페이스를 낮추고 걷는 시간을 짧게 끊어서 무리가 안 되도록 신경 씁니다.
예방 측면에서 실천 가능한 생활 습관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저염식 식단 유지와 적정 체중 관리
- 금연, 금주 (음주는 심방세동 재발 위험을 높입니다)
- 자신의 체력에 맞는 강도의 규칙적인 유산소 운동
- 스트레스 관리 (스트레스는 심장 기능에 직접적인 영향을 줍니다)
스트레스 얘기는 제가 엄마한테도 매번 당부하는 내용입니다. 스트레스가 심장에 안 좋다는 건 알지만, 실제로 얼마나 영향을 주는지 체감하기 어려우셨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엄마에게 건강이 최고라는 말과 함께 걱정거리가 있으면 혼자 담아두지 말고 저한테 말해달라고 합니다. 딸이 곁에 있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 완충제가 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부정맥이 있다고 해서 모두 같은 치료를 받는 것은 아닙니다. 환자 개인의 나이, 기저질환, 재발 가능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치료 방향이 결정됩니다. 다만 심방세동이 확인된 경우라면 뇌졸중 예방 차원에서 항응고제 복용은 대부분 필요합니다. 본인이 부정맥 진단을 받으셨거나 가족 중에 그런 분이 계신다면, 동네 의원 처방만으로 안심하지 마시고 순환기 내과 전문의를 통한 정기 추적 검사를 꼭 고려해 보시길 바랍니다.
부정맥은 어떤 유형이냐에 따라 대처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불안한 채로 지내는 것보다 정확히 알고 관리하는 쪽이 훨씬 낫습니다. 엄마를 보면서 저도 매번 그 생각을 합니다. 본인이나 가족 중 심장 박동이 불규칙하다는 느낌이 있다면, 지금 바로 병원 예약을 잡아보시는 것이 첫 번째 할 일입니다. 큰 이상이 아닐 수도 있지만, 확인하지 않은 채 지나치는 것이 가장 위험합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료 조언이 아닙니다. 건강 이상이 의심될 경우 반드시 의료 전문가의 진찰을 받으시기 바랍니다.